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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기업들의 홍보영상 트렌드 분석

1. 지난 10년, 소셜미디어 혁명이 시작되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년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소셜미디어’일 것입니다. 2005년 유튜브의 개시, 2006년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공식 오픈을 시작으로 우리의 삶은 가히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파워가 이전 시대에 비해 매우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TV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이전 시대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하는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의 말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이 오히려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신과 같은 소비자들의 의견입니다. 소셜미디어라는 공론의 장이 소비자 권력을 한 곳으로 결집시킨 것입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기업의 가장 중요한 홍보 전략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입니다. ‘좋아요’와 ‘리트윗’으로 대변되는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기업들은 점점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상에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들을 생산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바야흐로, 가치와 문화를 팔아야 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자신들의 가치에 지지를 보내는 ‘Fan’과 ‘Follower’들을 한데 묶어서 가상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 필립 코틀러는 이와 같은 시대를 ‘마켓 3.0’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습니다.

2. 광고의 시대에서 브랜드 저널리즘의 시대로

소셜미디어가 시작되기 이전 전 세계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TV광고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쳤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TV광고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제한적이던 소비자들에게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신제품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서 이 명제는 현재도 유효합니다.) TV광고 전성시대에 기업들은 더욱 기발하고, 재밌는 광고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법에도 맞지 않는 ‘광고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으니까요.

당시의 기업들은 새로 만든 제품이 히트를 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TV광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홍보영상은 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해주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상으로만 생각했습니다. 홍보영상을 회사소개서 정도로 여겼던 것이죠. 제작비와 매체 집행비가 비싼 TV광고를 1년에 수 십 편씩 제작하는 기업은 많아도,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고 매체 집행비가 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홍보영상을 1년에 1편 이상 제작하는 기업은 드물었습니다. 당시 기업들은 왜 홍보영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당시 기업들은 마케팅을 브랜딩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홍보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셋째, 홍보영상을 만들어서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5년 이후 소셜미디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이와 같은 양상은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면갈수록 TV를 보는 대신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부터 그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실제로 2013년의 미국 통계를 보면 18세 이상 성인들이 하루에 TV를 보는 시간이 4시간 31분, 온라인 검색과 소셜미디어에 소비하는 시간이 5시간 9분으로 나왔습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기업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길 원합니다. 이제 시장의 의제 설정 권한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TV광고의 영향력은 급감했습니다.

애플, 구글, IBM 등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은 가장 먼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엄청나게 똑똑해지고 강력해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현란한 말장난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더욱 정직해지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에게 “당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뭐야?”라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구 앞에 세계적 기업들은 이전 시대에 구사해 오던 마케팅 전략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 경영의 큰 흐름이 마케팅에서 브랜딩의 시대로 넘어간 것입니다.

세계적 기업들은 보다 공고한 브랜딩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신들의 홈페이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채널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설정해야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들을 생산해야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 과정에서 바이럴, 엠비언트, 게릴라, 인터랙티브와 같은 수많은 콘텐츠 신조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세계 초일류 글로벌 기업들은 그 어떤 독특한 형식의 콘텐츠보다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대명제 아래 자사의 Owned Media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영상콘텐츠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관점이 생겨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홍보영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이전과 180도 바꾸었습니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비디오 플랫폼을 중심으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들이 자유롭게 연동되기 시작하면서 영상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전에는 홍보영상을 회사소개서 정도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홍보영상을 브랜딩의 최전선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홍보영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부서를 신설하거나, 전문 프로덕션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제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홍보영상의 길이도, 형식도, 스토리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홍보영상을 만들 때 ‘홍보’의 개념을 매우 좁게 적용했다면, 지금은 ‘홍보’의 개념을 최대한 넓게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인 apple.com에만 카테고리 별로 100편이 넘는 영상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IBM의 유튜브에는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2014년 11월 19일 현재 총 1,870개의 영상이 업로드 되어 있으며, 심지어 구글의 유튜브는 Google Chrome, Android, Nexus 와 같이 서비스별로 15개의 채널이 따로 존재하며 그 모든 채널들의 영상을 하나로 모으면 무려 4,231편이나 됩니다. 물론 이 모든 영상들을 ‘홍보영상’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소셜미디어 시대가 시작된 이후 세계적 기업들은 홍보영상의 개념과 활용방안을 새롭게 정의하였으며, 실제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편 수의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 최근 세계적 기업들의 홍보영상 트렌드 

(1) 기업 미션(Mission)의 강조 

최근 세계적 기업들의 홍보영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기업 미션’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기업 미션을 우리 말로 하면 ‘사명’이라고 부릅니다.) 기업 미션이란 쉽게 말해서 “왜 우리 기업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가?” 혹은 “우리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기업의 답변입니다. 기업 미션은 기업 철학의 정수이며, 기업이 세상에 공유하고 싶은 가치입니다. 오늘 날의 소비자들은 기업을 바라볼 때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궁금해하고, 그 가치를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합니다. 기업 미션이 명확하게 녹아있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는 갈수록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세계적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업 미션을 알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을 증명하기 위해 홍보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미션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인간적인 도구를 제공해서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꾼다”입니다. 구글의 미션은 “세상의 정보를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접근할 수 있게 만든다”입니다. 페이스북의 미션은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곳으로 만든다”입니다. 바로 이 각각의 미션들이 이 기업들이 현재 만들고 있는 홍보영상의 주제입니다. 세계적 기업들은 더 이상 홍보영상을 회사소개서처럼 만들지 않습니다. 애플은 홍보영상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구글과 페이스북은 홍보영상을 통해 ‘정보의 개방’을 위한 노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좋은 예로 애플이 2014년 봄에 공개한 [Better] 라는 제목의 홍보영상을 들 수 있습니다.

(2) 1편이 아니라 시리즈로 제작 

시리즈물 형식의 홍보영상을 처음으로 유행시킨 기업도 역시 애플입니다. 2010년 당시 애플은 아이패드1을 세상에 처음 공개하면서 한 편의 영상을 공개하였는데요, 바로 그 영상이 이제는 전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애플의 인터뷰 형식 홍보영상의 첫 시작입니다. 언제나 디자인 총책임자인 조너선 아이브의 인터뷰로 시작되는 애플의 홍보영상은 2010년 이후 애플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새롭게 런칭될 때마다 한 편씩 공개되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는 매번 바뀌었지만, 영상의 주제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애플은 오직 ‘혁신’만을 이야기했죠. 4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이와 같은 인터뷰 형식의 홍보영상을 약 30편 정도 제작하였습니다. 1년에 약 7편 정도의 시리즈를 제작한 셈입니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뜨거운만큼 애플은 앞으로도 이 시리즈의 홍보영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이 홍보영상을 시리즈로 제작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가치를 실천해나가는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증명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는 소비자들을 더 이상 단발성의 광고로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다들 자기들이 최고라고 우기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광고 카피 대신 소비자들과 보다 깊이있는 대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애플 이외에도 시리즈 형식의 홍보영상으로 유명한 기업으로는 영국의 가전제품 전문업체 다이슨(Dyson)과 스위스 재활용 가방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이슨의 홍보영상 시리즈는 매번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대표 이사 제임스 다이슨이 직접 등장해서 다이슨 제품의 혁신적 디자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애플과 유사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라이탁의 홍보영상 시리즈는 오직 스탑모션 기법으로만 제작되며, 모든 제품 라인마다 한 편씩 제작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3) 기업 구성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 

보통 홍보영상이라고 하면 전문 성우의 내레이션 목소리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과거에 제작되었던 대부분의 홍보영상이 전문 성우의 내레이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탓입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 기업들의 홍보영상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전문 성우의 내레이션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기업 구성원들이 직접 등장해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홍보영상의 화자가 전문 성우에서 기업 구성원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것은 권위의 시대, 일방향 소통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소비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세계를 대표하는 거의 모든 기업들의 홍보영상에는 기업 구성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은 단연 애플과 IBM인데요, 애플은 앞서 많은 언급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IBM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4~5년간 IBM이 제작한 모든 홍보영상의 주제는 ‘자부심’입니다. “I’m an IBMer”라는 메인 카피를 중심으로 IBM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개인적인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IBM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수십 편의 시리즈로 홍보영상을 제작해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IBM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거장 에롤 모리스 감독과 현대 음악 거장인 필립 글래스를 음악감독을 기용해서 홍보영상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