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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글을 필사한 지 30주차를 맞이하며

‘필사’란 본보기로 삼을 만한 글을 따라 쓰며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훈련 수단이다. 여러 작가들의 증언을 통해 그 강력한 효과가 입증된 데다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이들은 거의 다 필사에 도전하는 편인데, 그 습관을 오래 유지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필사 훈련을 시도하다 실패하는 원인의 대부분은 목표를 높게 잡는 데 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거장의 책 한 권을 전체 필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든지 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장기적인 훈련을 할 수 없다.

지금껏 수 차례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시네마틱퍼슨 구성원들이 ‘함께’ 필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처음에는 작가진들끼리만 진행해 보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글쓰기’란 이성적 사고의 바탕이 되는 아주 기본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꼭 작가뿐만 아니라 연출 및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도 필수로 요구되는 기술이지 않은가.

그렇게 시작된 공동의 실천이 어느덧 30주차에 접어들었다. 그간의 시간들을 돌아본다.


매주 한 사람씩 좋은 글을 소개하고
모두가 함께 필사하기

따라 쓰고 싶을 만큼 마음을 울리는 좋은 글을 ‘자주’ 발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에 호기롭게 시작한 필사 훈련의 빈도가 점차 줄어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찾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의 텍스트 필사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매주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필사 가치가 있는 좋은 글을 A4 용지 기준 2~3장 내외의 분량으로 소개하고, 그 사람이 소개한 글을 모두가 함께 필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을 세 가지로 간추려 보았다.

첫째, 수고를 덜 들이면서 필사 습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필사용 글을 준비해야 하는 차례가 두세 달에 한 번씩 돌아오기 때문에 좋은 글을 억지로 자주 발견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과 수고는 줄어드는 반면, 타인이 발견해 온 필사용 글이 지속적으로 수급되기 때문에 필사 훈련을 문제없이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둘째, 개인적인 관심사의 한계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소양을 넓힐 수 있다.

그동안 자신의 특정 관심 분야에 관한 글만 읽어 온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그 외의 분야를 접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필사 방식은 여러 사람이 교대로 글을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절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들이 모이게 된다. 실제로 우리의 아카이브에는 문학, 사진, 영화, 건축, 시각디자인, 카피라이팅, 여행, 정치 등 실로 다양한 분야의 인상적인 텍스트들이 모여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름만 들어 보았던 작가의 글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하고, 한 번도 공부해 본 적 없는 분야를 접해 보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양을 키우고 있다.

셋째, 동료에 대한 이해도, 신뢰감, 존중감이 높아진다.

아무리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지향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동료들 간에 서로의 취향이나 지적 토대를 진지하게 나누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필사를 통한 공동의 학습 과정은 그 어려운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소해 주었다. 동료들이 준비해 온 글들을 읽고 있으면, 글보다도 이 글을 준비해 온 동료의 마음이 눈에 밟힌다. 평소 나누었던 사적인 대화로는 가늠할 수 없었던, 삶과 일에 대한 그의 태도가 그가 선정해 온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 나가게 해 주는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시네마틱퍼슨 구성원들이 선정한 최고의 글 5

텍스트 필사 프로젝트에 일정 기간 이상 참여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금껏 필사한 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을 무순위로 3개씩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1위 글 1개, 2위 글 1개, 공동 3위에 오른 글 3개로 총 5개의 글이 상위에 올랐다. 각 글의 전문을 다 실을 수 없으니, 이곳에서는 인상적인 몇 구절을 나누어 본다.

1위.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2위.
신영복 <담론>

공동 3위.
헤르만 헤세 <데미안>
폴 서루 <여행자의 책>
헬 스테빈스 <카피공부>


시네마틱퍼슨 필사 도서 아카이브

같은 책의 내용이 중복되어 소개된 경우를 제외하고, 30주간 모인 스물일곱 권의 책을 아래에 소개한다.